나는 왜 블로깅을 하지 않는가
생각해보면, 꽤 오래 전부터 홈페이지를 가지고 있었다. 1999년, 대학원 연구실의 홈페이지 업데이트를 하다가 나의 홈페이지를 만들었고, 게시판에 글을 작성하기도 하고, 꽤 많은 지인들과 댓글을 통해 생각을 나누었었다. 시간이 지나며 싸이월드, 프리챌 등이 인기를 끌기 시작하고.. 인터넷에서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보편화 되던 시절, 난 잠시 사회 생활과 거리를 두고 입대를 했다.
생각해보면, 이때부터 인터넷에 글을 쓰는 것이 쉽지 않았다. 누군가 나의 글을 읽는다는 기분은, 예전에는 그/그녀가 내 생각을 읽는다는 기분 좋은 감정이었으나, 이즈음부터는 누군가 내 생각을 지켜보고 있다는 피하고 싶은 감정으로 바뀌었다. 아마 군생활을 하며 쉴새 없이 들었던 보안에 대한 강조, 그리고 그때 느낀 위계 질서와 분단 상황에 대한 긴장 등이 크게 한 몫을 한 것 같다.
한편, 인터넷이라는 공공의 장소에 작성하는 글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파괴력을 갖는 삶의 인증이 되고 있다는 점도 인터넷에 글을 작성하는 것을 망설이게 만들었다. 철부지 시절 인터넷에 작성한 글로 인해 문제를 겪는 사람들, 취중에/실수로 한 트윗 글에 망가져버리는 한 사람의 평판들, 점점 발전해가는 인터넷을 통한 개인의 프로파일링… 그래서 나는 언제부터인가 더욱 자기만의 세계로, 때론 소셜 네트워크(페이스북 같은) 속 한정된 친구와의 조심스러운 생각의 공유 정도에 만족해 온 것 같다. 이런 것들이 내가 블로깅을 (잘) 하지 않는 이유 중의 하나이다.
그런데. 하지만.. 누군가 시간을 내어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을, 느끼는 것을 나누는 행위는 그 자체만으로도 참 고마운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때로 나는, 내가 아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인터넷의 여기 저기를 클릭해볼 때가 있다. 그럴때, 모 연예인의 소소한 일상을 옮겨둔 널리고 널린 연예기사보다는, 내가 신뢰하는 누군가가 생각을 공유하는 글을 읽으며 그의 경험을 통해 내가 배우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래서, 누군가 그저 이야기를 가끔씩 해주었으면 하는 그런 바람이 있다… 어쩌면 이것이, 내가 다시 블로깅을 해야할 이유가 될지도 모르겠다.
우연히도 이번주에, "글 잘 보고 있어" 라는 이야기를 두 명으로부터 들었다. 글을 읽을 누군가를 생각하기보단, 세상에 부끄럽지 않게 내놓을 내 생각을 정리하며, 세상에 거창하게 내놓는 무엇이라는 부담감을 버리고, 세상과 소통하는 채널로서 다시 블로깅을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